나의 이야기

2010년/2번째 찾는 운문사 사리암 !

woody7553 2010. 9. 10. 10:29

 

 

8월의 태양은 폭염으로 쉴 새 없이 더위를 몰고 온다.  이웃나라 일본은 연일 폭우로 시련을 겪고 있단다. 뉴스에 의하면 비 피해가 상당한 모양이다.  너무 많은 잘못이 있기에 하는 일 마다 천재지변 이다. 반면에 한국은 8월의 더위가 예년 같지 않게 기승을 부리는 듯하다.  기도 영흠 도량 사리암,  3번은 올라야 한 번의 기도는 들어 준다는 나반존자님의 근영이 오늘 따라 더욱 그윽하다.  


"무었을 그렇게 애 타게 갈망 하느냐 ?"  순간적으로 꽃혀 오는 질문이 정곡을 찌른다.  주저하는 사이에 " 풍족함을 원 하느냐?"


다시 질문이 심연 깊이 흔들어 놓는다.  평소 같으면 "예" 했을 답이 나도 모르게 " 아닙니다. " 라고 대답한다.  대답과 함께 멀리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지금 생각해도 바보스럽다.  왜 ? 그랬을까 ? 

 

남보다 더 많은 풍족함을 위해 사리암을 찾는데 --- !  내 답은 " 아닙니다." 로 끝을 맺는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 하지도 않다."  내 대답은 어느새 "풍족함을 원 합니다"  로 바뀌고 있다.  스스로 위안을 삼아 본다.  행복함 뒤에는 상응하듯 괴로움의 씨앗이 함께 찾아 든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굳이 좋은 것, 아름다운 것, 맛있는 것, 을 탐착한다는  나는, 이렇듯 상(相)을 보고 따르는  어쩔 수 없는 홍진세계의 상처뿐인  인생인가 보다.  아니, 모든것을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범소유상(凡所有像) 개시허망(皆是虛妄) 하니 : 무릇 형상을 가진 모든 것은 거짓처럼 사라지는 망령된 것이니

일체만법(一切萬法) 무주상 행심(無住像 行心): 모든 일에 형상(形像)에 머물러 그리는 마음을 내지 말라.


혼란스럽다,  8월의 꽃 ! 붉은 개나리 점박이, 불타는 서녘 뜨거운 태양 빛 아래 타 들어 간다.

 

 

사생자부 부처님께 피 눈물로 참회 하니 애닯 사온 저의 소원  굽어 살펴 주옵 소서, 부처님들 이끄시고 어진 동무 잡아주어 탐진 애욕 깊은 구렁 하루 바삐 벗어나서 해탈열반 높은 언덕 순식간에 올라가며 맑은 복과 긴 수명은 나날이 솟아나고 ---- !


밝은 지혜 묘한 심령 더욱더 빛이 나며 좋은 나라 태어나서 큰 스승을 항상 만나 철석같은 바른 신심어린, 이 몸 부처되어 몸과 수족 건장하여 금옥같이 윤택하고 입과 마음 순진하여 허공 보다 깨끗하리, 허망하온 꿈속 세상 천리만리 벗어나서 --- !

 

 

빙설같이 맑은 이 몸 발 길 마다 연꽃 피며 천번 만번 죽더라도 엄한 계율 굳게 지켜 저 하늘이 무너진들 털끝이나 변하리까?  태산같이 높은 위의 천상천하 거울 되어 이내 목숨 아끼 쟎고 모던 생명 구하오리, 험한 고생 물러가고 좋은 인연 만나고서 --- !

햇빛같이 밝은 지혜 순식간에 나타나고 바다 보다 넓은 자비 잠간 사이 이루 우며, 웃없는 여래 정법 깊이 닦아 다하여서 어디다가 비할손가 크나 큰길 깨치옵고 중생제도 넓은 문을 남김없이 모두 열어 공부 길의 깊은 바다 한번 뛰어 넘사 오며 ---- !!

 

짙어가는 녹음 속에 산사는 "나반존자"  의 연호 소리와 함께 고요히 삼매(三昧) 속으로 몰입 한다.  산새 소리 몸을 틀듯 가까이 우짖는다.  이어지는 불경 소리, 풍경 소리, 산사의 적막함을 적신다.

 

 

사리암의 관음전 법당 넘어 에는 힌구름 떠있는 평화로운 모습을 연출한다. 그 아래 영남 알프스로 알려진 운문산, 가지산이 비단결 능선을 드러낸체 어딘가의 동쪽으로 힘차게 달린다.

 

 2010년에 2번째 찾는 사리암 입구 이다. 5월달 초순에 이어 신록이 무성하게 익어가는 지금 8월 초순의 의미 있는 방문이 되고 있다.  김재진의 시귀(詩句)처럼 " 땅 위에 있는 동안은 행복하다. "  이 더위에 역시 지중한 인연이 맞다 싶다.  내 생활의 한 페이지가  싫든 좋든, 불문(佛門)에 관여됨을 비로소 느낀다.  이 길은 어느 방향인가 ? 청량(淸凉)하며 어둡지 않은 적멸(寂滅)한 길(道)이다.

 

약 750고지의 사리암을 오르기에는 비 오듯 땀이 쏟아진다. 7월의 타들어가는 강렬한 무더위다.  깊은 산 사리암을 건네주는 계곡의 돌다리는 보은교(報恩橋)라고 명명해야 할 것 같다. 건너는 순간 산과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물소리와 함께 흐르는 땀을 씻어 날린다.

사람들이, 이렇게 모이는 이유는 ---  분명 영흠 있는 맑은 도량이기 때문 일 것이다.

 

 

오르는 길은 나도 모르게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큰맘 먹지 않고 쉽게 오를 수 있던 길이던가 ?  사리암의 오솔길은 때 묻지 않은 그대로 살아 있는 자연으로 오르는 길이 된다.

 

 

하늘가는 돌계단이 층층이 쌓여 가고 있다. 찾아서 오르니 운문사의 기도는 절반을 성취햇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큰 맘 먹지 않고는 쉽게 올 수 있는  길이 못 된다.  이 길은 작은 산새, 귀여운 다람쥐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다.  기도 후 빈 마음으로 허허(虛虛)롭게 하산하다 보면 어느 듯 --- 작은 새들이 주위로 날아들며 배웅 한다.  콩, 비스켓을 주면 손바닥 위에서 즐거워한다. 흡사 일체감으로 이 자연의 아름다운 한 부분이 된다.

 

 깊은 산에 가까워지는 사리암의 아래에는 이렇듯 우람한  소나무가 기운 좋게 자생 한다. 도량 깊은 사리암의 정기로 뻗어가는 소나무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작은 새, 다람쥐들의 좋은 서로의 안식처가 될 것이다.  시제법이 공상(是諸法空相)하면 불생불멸(不生不滅)이다.  : 모던 것이 서로 마음을 비워 탐욕이 사라지면 죽을 일도 없고 멸할 일도 없이 자유스럽다. 바로 공존하는 위대한 자연의 이치이다.

 

750고지에 번져오는 아지랑이 운무(雲霧)가 걷히며 사리암의 꽉찬 바쁜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헐덕거림이 안도의 한숨과 함께 비로소 멈춘다. 


높고 높은 법의 깃발 곳곳마다 세워 놓고, 거듭거듭 쌓인 의심 낱낱이 부수어서 모든 마군 항복받고 무상대도 넓히오며 살을 베고 뼈를 갈아 시방제불 섬기옵고 불을 이고 팔을 끊어 모든 법문 통달 하리, 복과 지혜 크게 닦아 온갖 중생 제도하며  신통묘용 뛰어나서 무상 불과 이루오리 ---- 

 

하산(下山) 길은 지친 몸을  식혀주는 옹달샘도 있다.  시원한 한 모금의 물은 심신을 맑게 정화 시킨다.  이곳의 옹달샘은 사람만 먹는 것이 아니고  작은 새, 작은 다람쥐, 까치, 그리고 까마귀도 함께 마신다.  모두가 함께 위대한 자연 위에 공존 하는 것이다.

 

 

기도 후 비운 마음은 청량하며 깨끗하기 말로써 표현하기 어렵다.  모든 근심과 괴로움은 탐욕과 욕심에서 빚어지는 것이다. 이 몸을 잘 먹이기 위해, 내 가족 내 자식을 잘 입히기 위해, 풍요로움을 위해, 끝없는 탐욕의 세월을 헤 멘다.  개펄 밭을 기는 작은 "게"는 제 몸에 맞는 구멍만을 고집한다.   내려놓으면  이렇게 가벼운 것을  ---  !

언제 왔는지 바로 옆에는 어린 다람쥐가 내 왼손이 닿는 길가의 풀숲에 함께 걷는다. 먹을 것을 달라는 신호다. 손을 펴면 바로 올라 올 태세다. " 허 --- ! 고놈 겁이 없구나  그러나 조심해야지 " 

운문사 사리암에서 자주 있는 일이다.  마음을 얼마나 비우고 닦았느냐에 달렸다.



감사 합니다.


철산/이길룡

2010/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