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단장된 범일동 부산진 시장의 모습이 깨끗하며 산뜻하다. 그 옆에는 8월15일 광복절의 기념일을 환영하고자 태극기가 아침 09시의 느낌, 무더운 여름날 휴일의 인상적인 모습이다. 과거의 길바닥 복잡한 장사판이 사라지고, 각종 차량이 뒤얽히던 아수라장이 사라 졌다. 이곳의 맞은편 99번 버스 정류장이 일행들 만남의 장소가 된다. 09시 5분전 육교 밑에서 막 도착한 여산이 손을 흔든다.
서총장 10분후에 도착된다고 연락이 온다. " 이제는 철산도 대중교통 잘 이용하는 구먼 --- " 여산의 소리가 귓전을 스친다. 사실 이정도 까지 오게 된것도 대단한 변화가 맞다. 차 없이는 한발작도 외출이 불가했고 지하철에 들어가면 어디가 어덴지, 한심한 이방인 같은 시절이 있었다. 잠시 만에 서총장의 숨결이 뒷쪽에서 닥아 온다. 3인은 반가움으로 해후(解逅)하고 99번 버스를 탄다.
약40여 분간 뒷길로 동래 안락 로타리 충렬사를 지나, 들어온 99번 버스종점에는 많은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고, 휴일의 한가로움이 이곳에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다. 해동동 종점에는 삼성전자의 물류 창고 하얀 건물이 바로 시야에 들어오고, 맞은 편 버스 종점 옆에는 초라한 수퍼마켙이 길게 하품하고 있다. 눈을 들어 동쪽으로 접근하면, 넓은 다리를 건너자 말자, 아담한 동대 마을의 표지석이 나타난다. 아홉산의 사실상의 들머리가 된다.
잘 닦여진 포장도로를 폭넓게 유지하며 행군하는 일행의 시야에는 정관 신도시로 향하는 도시고속 도로가 거대한 공룡의 형상으로 공사 중이다. 아무도 없는 한가한 도로를 10분정도 걷다 보니 갑자기 나타나는 왼쪽 편 샛길이 나타난다. 멀지 않는 부산 근교 해동동에서 찾아 볼수 있는 아름다운 산 " 아홉산" 의 들머리가 나타난다.
" 350m 정도의 낮으면서도 아기자기한 9개의 봉우리를 넘어야하는, 여름 산행에 좋은 부산의 근교 산 이라오" 앞에 가는 여산이 뒤를 보며 하는 말이다. 따라 붙이는 서총장, 철산, 벌써부터 땀범벅을 이룬다. 향긋한 풀냄새 --- 숲의 내음이 헐떡거리는 페부를 말끔이 씻어내고 있다.
한참을 오르면 나타나는 철탑 , 고압선이 어디론지 멀리 아래편 도로 위를 급하게 지나며 멀리 사라진다. 하늘은 어느듯 흐리고 있다.
부산의 식수원 해동 저수지의 맑은 물이 만수 상태로 아름답다. 도시고속 번영로를 동래쪽으로 달리면 오른편으로 얼핏 보이는 맑은 호수 같은 저수지가 바로 이곳 해동 수원지 이다. 이 호수 같은 맑은 해동 수원지를 옆으로 끼고 빙글 도는 산행의 아름다운 낮으막, 9봉의 산이 바로 " 아홉산 " 이라고 하는 것이다.
260m의 낮으막한 첫째 봉이다. "이산(李山") 이라고 쓰여진 표지석 옆에 흩어진 돌을 줏어모아 제 1봉의 정상을 누군가가 표시 하고 있다. 과거 이씨 조선의 왕가에서 소유했던 표지석이다. 이표식은 해운대 장산(長山)에서도 발견 되고 있다.
해동저수지가 보석처럼 휘황하게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경치를 가슴속에 담으며 불어오는 씨원한 바람에 내 몸을 마낀다. 오욕(汚慾)의 모던 것을 씻어내는 맑음이 있을 뿐이다.
비경(秘景)의 아름다운 그림이 한폭, 산수화의 마지막을 덫칠해 되는듯 하다. 포근하며 청량함이 비단길 위를 수놓는다. 이 상쾌한 바람이 내 몸을 투명하게 스쳐 지나가니 --- 청정(淸淨)한 공(空)함이 이렇듯 평온하며 아름다운 것을 --- !!
서총장 ,여산 , 할 말을 잃는다. 이렇게 작으며 비단에 수를 놓은듯한 아름다운 풍경을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고 옜 선조님들은 표현하고 있다. 혹자는 석유나 가스가 나지 않는 자원(資源)부족의 불행한 나라라고 폄하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이렇게 아름다운 강산에 새까만 석유나 가스가 분출된다면, 이 강산(江山)을 얼마나 오염 시킬 것인지 --- ! 얼마나 다행 한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OPEC의 석유 상들도 이를 " 지구의 " 썩은 고름" 이라고 표현 한단다.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염원은 소원되어 하늘가는 소리샘 돌탑이 되고 있다. 산꾼 한사람의 의지가 아니고, 오는 이마다 하나씩 쌓아 올린, 하늘 문을 여는 공던 탑이 되고 있다. 꿈은 꼭 이루어 진다. 모두들 " 꿈 을 가져라 "
조선 왕조(朝鮮 王祖)때의 토지소유 표지석이 아홉산에 이미 3번째 봉우리에 우뚝 선다. 이런 표지석이 9개라는 이름의 산이다.
" 이길용이 너 이산(李山)의 풍요로운 땅(그림의 떡)이 많아 좋겠다. 내 같이 가난한 놈은 땅 한조각도 없다 아니가." 기 막히는 농담이 서총장의 입에서 떨어진다. " 야 ! 너는 최고급 축구장 같이 넓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무슨 소리를 해대느냐 ? 아나 이거" 미국인들이 잘 쓰는 불만스런 표식, 긴 손가락을 올리자 여산이 벌써 찍어 버렸다. 하여튼 떨어질 수 없는 기막힌 파트너 들이다.
도토리가 영글어 가고 있다. 언젠가는 이 도토리 마저 자연산, 온실을 구별할 날이 올 것인가 ? 아홉산은 토토리 나무, 참갈 나무 일명 참나무의 군락지가 지천에 깔려 있다. 그런 이유로 익어가는 도토리가 좁은 등산로의 발밑에 깔린다. 이상한 일이다. 이렇게 도토리의 먹이가 풍부한데도 다람쥐 한마리 보이지 않는다. 많은 순한 동물들이 도토리를 먹이로 이 산에 많이 번식하기를 기대해 본다.
비단결 같은 부드러운 밀림의 능선이 완만하게 동래 선동마을 쪽으로 달리고 --- 만수(滿水)의 깨끗한 식수원 해동수원지는 화명동 낙동강 쪽으로 흐르고 있다. 아홉산은 낮으며 아담하게 해동 수원지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걸을수 있는, 누구나 갈수 있는 부산의 근교산, 부담 없는 2시간 30분 코스 이다.
이곳이 가장 높은 " 353m "의 상징적인 아홉산의 정상이다. 고만, 고만 높지 않는 봉우리 9개가 해동 수원지의 맑은 물과 함께 다정하게 굽이친다. 철마 쪽 북쪽에서 급하게 와 닿는 써늘한 바람은 쏟아 오른 이마의 땀을 씻어 내린다. 이곳이 바람이 지나는 길목인듯 하다. 많은 도토리 열매가 익어보지도 못하고, 강한 바람에 꺽어져 흩어져 있다.
3인의 기념사진을 만들어 본다. 이 넓은 산을 전세 낸듯 조용한 산야에, 기러기 나그네 산악인을 한사람 만난다. 오를 땐 힘들어도 이렇게 오르면 소탈한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모던 이념(異念)이, 이시간 만큼은 사라진다. 이전에도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 " 인생길 등반길 --- 등반길 인생 역전의 길이다." 이렇듯, 복권 당첨 인연 없는 이 인생을 위로 하는것이다.
버섯 모양의 처음 보는 이상한 식물이 오래된 낙엽 사이에서 올라오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축복된 금수강산(錦繡江山) 이다.
적송(赤松)과 바위의 공생 ! 버릴 수 없는 자연의 시제법 공상(空相)이다. 서로가 공(空)하니 중도(中道)다. 중도(中道)는 서로 사는 것이다. 이것은 불멸(不滅)이다. 영원법(永遠法)이다. 하나가 죽어야하는 인간이 만든 상대법(相對法), 세간법이 아니다. 아홉산에는 이렇듯 교훈도 많다.
급하게 내려앉는 아홉산의 능선은 힘 빠진 다리를 한동안 넘어질듯 뒤 체이게 한다. 가까스로 키를 덮는 잡초더미를 혜치고 나오니 바로 눈앞에 닥치는, 그야말로 산 밑의 오막살이 한채가 손에 잡힐듯 가깝다. 한 여름날의 뜨거운 저녁노을에 피는, 바쁜 개나리가 슬픈 얼굴로 처연하다. 꽃잎은 떨어지고 마지막 시절 인연에 파르르 몸을 떨고 있다.
언젠가 본 듯한 철마의 드문드문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 나타난다. 한우(韓牛) 불고기가 유명한지, 불고기집 앞에는 많은 차량들이 줄지어 주차하고 있다. 한우의 넋인지 담장을 기는 능수화가 뜬금없이 이웃집을 기웃거린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8월의 긴 한낮의 노래가 다큐멘터리 되어 흩어진다.
맛집 기행은 한참을 걸어 나온 이곳 밤 나무집, 철마에서 유명한 추어탕으로 정한다. 오후 1시, 물만 먹고 지탱해온 지금시간 갑자기 시장기가 돈다. 밤나무가 즐비하게 뒤덮은 나무 그늘아래 야전 평상이 길게 연결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집의 추어탕을 즐기고 있음이 보인다. 물이 멀겋게 타진 추어탕이다. 많은 이들이 먹지 않고 도로 내어 놓고 있다. 이집의 추어탕 맛집기행은 일행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이집의 미래가 보인다.
아름다운 근교산 아홉산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철산 배상
200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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