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이른 아침 --- ! 쌀쌀함이 가시지 않은 전남 광양시 다암면 백운산 기슭의 섬진강변을 따라가면 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 청매실 농원 매화 마을이 나타난다. 얼어 붙은 긴 겨울의 움츠림에서 어느듯 살짝 고개 내민 봄의 전령 매화꽃을 맞이하려는 것이다. 행사 시작 시간 11:00 이전, 1시간 전부터 사람들의 행렬은 행사장을 벗어난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 줄지어 선다.
봄맞이 청매실 농원 마을로 가기위해 사람들은 광양시에서 제공하는 무료버스를 타고 약 2km에 걸친 거리를 순서대로 타고 내린다. 질서 정련하게 광양시의 자원 봉사자들의 안내가 특히 눈에 띄이고 많은 차량의 주차 질서를 이들이 앞장서서 선도 역할을 잘 해주고 있어 무리 없는 행사를 지원해주고 있다. 올인하는 광양시의 노력이 피부에 와 닿는다.
줄줄이 대기된 버스들이 이곳 행사장에서 부터 매실 농원으로 순환하며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봄은 북쪽에서 부터 먼저 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얼었던 터진 손에 어느듯 한줌 가득 따사로운 했볕이 나도 몰래 숨어 든다는 이야기다. 뿌옇던 하늘이 비로소 화창하게 맑아지는 듯하다.
청매실 농원 입구에는 푸른 하늘에 " 에드 발룬 " 더높게 흥을 띄우며 중학생 씨름 선수들의 개인 연습이 더욱 축제 분위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많은 외지의 사람들이 짧은 시간에 입추의 여지 없이 몰리고 있다.
청매실 농원 입구 광장에는 이상한 모양의 " 로-봇" 인력거도 등장한다. 동전 주입구에 500원을 넣어면 앞으로 달려 나간다. 가고 싶은 웬만한 거리는 이 우스광스레 생긴 인력거를 타고 매실 농원을 돌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같은 복잡한 날은 광장의 한 코너에서 빙글 빙글 돌아 보는것 으로도 족하다. 축제와 함께 2010년 3월의 춘분은 한겹 벗어버린 내 옷의 서늘한 겨드랑이에 머문다.
매실 농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사람들의 물결로 넘실대고 있다. 이곳 홍쌍리 매실가로 부터 약 4km에 걸친 정상의 전망대까지 봄의 전령 매실, 매화 꽃밭의 아름다운 구름 지대를 이룬다.
아직도 어린 봉오리는 추위에 떨며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다. 터트린 매화 꽃은 따뜻한 봄 바람을 불어 주고 있다. 멀리서 향긋한 그녀와 닮은 그리운 봄냄세가 코 끝을 멤돈다.
100만m2 의 매화 천지 그 사이로 열린 매화 마을 산책로와 청매실 농원의 장독대를 배경으로 사랑을 다질수 있는 낭만 --- 하얀 달빛에 흐드러진 매화향에 흠뻑 젖어들고 섬진강 줄기 따라 사랑과 추억이 영글어가는곳 ! 봄을 깨우는 내 여인의 냄세같은 매화향이 섬진강 물결따라 흘러 오고 있다.
청매화의 꿈은 우전(雨前) 차(茶) 한잔 속에 영글어 간다. 차(茶)잔 속에 밀리는 그리움이 일시에 쏟아짐을 느낀다.
온 산과 나무 가지에는 하얀 눈을 뿌려 놓은듯 2010년의 춘분과 함께 찾아오는 봄의 전령 매화 꽃이 사람들의 시선 속에 아름답게 피어 나고 있다. 내가 잘 인용하는 케이오스(Chaos)의 철저한 정련이 이곳에서 재현 된다. 사연과 함께 찾아드는 시절인연, 위대한 자연의 섭리이다.
중국 송나라의 시인 왕안석(王安石)은 추운 겨울의 벽을 깨고 피어난 매화를 이렇게 노래 한다.
牆角數枝梅(장각수지매)
凌寒獨自開(능한독자개)
遙知不是雪(요지부시설)
爲有暗香來(위유암향래)
담 모퉁이의 매화 몇 가지
추위를 이기고 홀로 피었네.
멀리서도 눈이 아님을 알겠나니
은은한 향기가 풍겨오누나.
그는 당송 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송나라 신종(神宗)에게 발탁되어 이른바 신법(新法)이라 칭하는 일련의 개혁 정책을 추진하였으나 보수 세력의 반발에 부딪혀 좌천되게 된다. 이 시는 추위를 이겨내고 피는 매화에 대해 읊고 있는데, 엄동설한 속에서도 은은한 향기를 뿜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매화를 통하여 꺾일지언정 굴하지 않는 강인한 선비의 절개를 느끼게 한다.
연분홍 빛 매화(梅化) 꽃잎은 밝은 태양 아래 눈부시다. 맑고 투명한 천사의 얼굴 이다.
파란 하늘에 교감하는 청매화의 깨끗함이 한점 티없는 맑음을 선사 한다. 봄을 알리는 2010년 꽃의 전령 청매화(淸梅化)는 자태
마저 고고하며 우아 하다.
감사합니다.
철산/이길룡
2010/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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