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말라붙던 전국의 대지에 촉촉한 비가 후줄근하게 적셔 주고 있다. 원래는 5월24일 지리산 천왕봉 등반을 위한 예비 산행으로 서창 대운산을 목표로 하였으나, 많은 비의 일기예보를 접하고 여산, 급거 계획변경의 메일이 날라든다. 일기불순의 장거리 일정은 아무래도 안심이 않되기 때문 일것이다. 그야말로 언제가 이여사 이야기대로 " 언저리 산행"
바로 그것이 눈앞에 보이는 근교산 산행이다. 오늘 비에 젖는 조용한 구덕산이 선택 된다. 범일동역을 지나는데 여산에게서 전화가 온다. " 서대신동에 내려서 4번 출구로 나오면 동대병원으로 가는 순환 버스가 있단다" 여산, 오만것 다 안다. 그와 함께 있으면 대중교통 수단은 너무 편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동대병원 진입구이다. 연이어 서총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오랜만에 보는 빗줄기는 반갑기도 하다. 11시 10분엔 언제나 하듯 커피 한잔으로 못다한 해후가 빗속에서 풀어 진다. 빗물이 커피잔속으로 빨려 든다. " 이것도 삼투압인가 ? 아니다, 빗물이 커피 속으로 들어오니 역 삼투압이다" 혼자 피식 웃어본다. 별걸 다 문제 삼는다. 그리고 어쩐지 바보 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또하나의 특별한 만남, 4인의 머리위로 무수한 빗방울이 머리위로 쑫아진다. 동대병원 출구에서 연결되는 구덕산의 진입로는 녹색의 "피톤치드" (Phytoncide) 가 난무하는 숲속의 길이다. 삼나무, 혹은 측백나무라고 하는 일본식 "스기나무" (Criptomeria-Japonica) 가 이계곡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울창하게 뻗어 올라간 삼나무의 군락지 --- ! 명품 숲길이다.
침침하며 울창한 숲길을 야간 벗어나면 아프지 않게 시야에 들어오는 화목한 풍경이 나타난다. 무슨 연유로 만들어 진 것인지 --- ? 평화로운 그림같은 저수지 이다. 아까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늘어진 저수지엔 이시간 싫지 않은 빗방울이 꽃씨처럼 흩어진다.
조용하며 고즈녁한 풍경에 일행들의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는다. 연못의 풍경을 닮아 보는 여산, 서총장의 상념이 빗속에 젖어든다
연못 위를 유영하는 다정한 오리떼 --- !! 가족무리를 이루고 사는 대표적 동물의 하나다. 잘 지켜보면 결코 싸우는 법이 없다.
가능하면 무리속에 가족 형태로 상부상조한다. 툭하면 싸우는 닭과는 차원을 달리 한다. 그래서 시집가는 딸의 이불속에 원앙 혹은 오리 두마리를 꼭꼭 사서 넣어주는 어머니의 갸륵한 마음이 빗물 속에 번져간다.
신록의 5월 연두색의 푸르른 발아 잎은 오랜만의 빗속에 가슴깊이 하늘 향해 손을 뻗는다.
한국에 많은 수종 느티나무 흠뻑 내리는 빗속에 마음을 열고 있는 모습이다.
구덕산 찬가 --- ! 숲의 신에게 깨끗한 정한수 한사발 올리고 마음 가다듬는 자리가 되고 있다.
비는 온 대지를 축축하게 적셔 주고 있다.
하얀 소사나무 꽃 봉우리가 흠뻑 비를 머금고 있다. 비오는 날의 조용한 구덕산의 풍경이 빗속에 여울진다.
이곳을 찾는 구덕산의 등산 구룹(Group)이 많아 여러가지 행사를 진행하는 현수막이 눈에 띄인다. 이곳을 들어가면 탑골 소원탑이 즐비한 맑은 물이 있는 휴게 공원 가는 길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이곳을 들지 않고 왼쪽으로 벗어나는" 네온사 " 가는 길을 접어들어 꽃동네 4거리로 나와야 한다. 그러나 철산은 이곳으로 들어간다. 방심 탓에 여산 ,서총장을 놓쳤다.
운동기구가 놓여 있는 휴식공간에 맑은 물이 흐르는 소원 탑이 처연하게 빗물에 젖고 있다.
과거에 한번 씩 올라 와 봤던 석탑 약수터의 모습이 손끝에 와 닿는다. 항상 마르지 않는 이곳의 물줄기가 새삼스럽다.
바로 그 위에는 울창한 숲으로 연결되고 --- 그 속에는 소원 돌탑이 하나, 하나 하늘 향해 쌓여 갔다. 산위의 운무는 더욱 자욱하게 짙어만 간다. 지금시간 약 12시 30분이다. 많은 비가 더 내릴듯 하늘은 침침하며 어둡다.
삼나무, 측벽나무, 일종의 스기나무의 군락지이다. 구덕산의 계곡에 이렇게 울창한 삼나무의 숲은 어린이 대공원의 삼나무 숲과는 비교가 무색할 정도로 온 산이 삼나무의 명품으로 뒤덮여 있다.
일행들과 많은 거리의 차이로 여산한테 전화가 온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이다.
빗속에서 철산을 기다리는 다정한 서총장 --- ! 그단새, 걱정이 되어 요 밑에까지 한참의 거리를 내려 왔다.
그의 애정을 확인하는 철산, 흐믓한 기분이 마냥 빗속으로 녹아들고 있다.
멋진 명품 삼나무, 하늘빛이 씨리도록 높게 날아들고 있다.
산책길엔 사람 눈을 피한채 포옹하는 연인의 나무도 보인다. 오는 비를 환영하듯 숲속의 노래가 조용하게 울려 퍼진다.
구덕산 꽃동네 4거리로 진입하는 높은 깔딱 고개다. 정상의 운무는 뿌옇게 흐려오고 약 10분간의 헐떡거림이 온몸의 땀을 분수처럼 쏟아 놓는다.
흐려져 오는 운무를 벗어나며 정상에 오르면 내원 정사 가는 팻말이 빗속에서 친절하다. 이마저 없다면 얼마나 이산속에서
헤멜 것인가 ? 감사할 일이 주위에 넘쳐난다. 나를 죽이고 남을 배려해야 하는, 아름다운 마음씨가 불현듯 부상한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노력해야한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지닌 명품 성분이다.
자욱한 운무 속에 일행들의 모습이 보였다가 --- 또 사라진다. 적당한 비의 운무 속에 낭만은 동심으로 한없이 되돌려 놓는다.
꽃동네 4거리에서 위쪽으로, 골프 연습장의 그물이 보이는 언덕위의 집이 오늘의 맛기행 목표 지점이다. 언젠가 동심장학회 회원들과 같은 코스의 등산후, 들렸던 곳이다. 오늘의 메뉴는 오리 불고기 이다.
오랜만에 과거에 느껴 본적 잇는 비오는 날의 오후--- ! 막걸리와 함께 진한 낭만이 가슴속의 문을 노-크 한다.
막걸리 5대가 3시간 만에 바닥이 난다. 고래 수준급이다. 건강하다는 증거 이다. 비가 내리는 분위기가 이를 더욱 밭침 한다.
여기가 확실히 어딘지 모르겠다. 취기 속에 일행들 또 다른 분위기를 찾아 헤메는것 같다. " 가라오케" 노래 연습장 이다.
술만 취하면 가고 싶은 곳, 허기진 한 마리 광야의" 하이애나" 가 된다.
비틀거리는 거리속의 나를 발견한다. 흔들리는 초점을 맞추어 보는데 --- 여산이 뭘 물어 본다. 아마 노래 연습장이 어디냐고 ---? 묻는 듯하다. 그기도 본정신은 아니네 --- !!
게슴츠레 혼미 해지는 시선 속에 모양 좋은 천사가 앉았다. 이집 노래방의 사장인가 보다. 광란의 노래 연습은 오랬동안 그치지 않는 빗줄기와 함께 추억의 강을 대 홍수로 범람한다.
내가 갈 곳은 한곳이다. 이 시간 양산 덕계다. 버스를 타야한다.
지하철 연산역 부근에서 희미한 기억 속에 손 흔드는 서총장 , 여산을 발견 한다.
ㅎㅎㅎㅎ-- 인생 이렇게 즐거운 것이다. 처연한 연못가엔 봄비가 속삭이고 물 오른 5월의 신록은 무성하게 짙어져 간다. 8월의
무성한 떡잎에 어느듯 남극의 꿈이 영글어 간다. " 나는 누구 였던가 ? "
형제들 건강 하세요 --- ^^*--- !!
mobiousline
2009/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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