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8일 Facebook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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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재인 의원, 국민이 다 잊었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6일 2007년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회의록이 국가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으며 '봉하마을 이지원(문서 관리 시스템)'에서 원본 삭제 흔적과 수정본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봉하마을 이지원'은 노 정권이 퇴임하면서 불법적으로 가져갔다가 이명박 정권이 반납하라고 하자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것이다. 문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노무현 기록물의 국가기록관 이관을 총지휘했다.
문 의원은 검찰 조사를 받기 전 "(회의록은) 멀쩡히 잘 있다"고 했다. 국민의 판단력을 우습게 여기는 발언이다. 기록원에 있어야 할 회의록이 그곳에는 없고 '봉하마을 이지원'에서 나왔다. 그나마 원본은 폐기된 채 수정본만 있었다. 검찰이 원본을 복원해 보니 수정본은 원본 일부를 고친 것이었다. 이런데도 회의록이 "멀쩡히 잘 있다"는 건 거짓말이나 마찬가지다.
문 의원은 9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고 난 뒤 "노 대통령 지시로 회의록(원본)이 수정·보완됐다"며 "수정·보완된 게 보고된 이상 회의록(원본)이 (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은 건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 업무와 관련해 생산·접수한 문서·전자문서 등 모든 형태의 기록 정보 자료를 기록관으로 넘겨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원본과 수정본을 모두 보존해야 한다는 게 법 조문이나 입법 정신에 맞는 해석이다. 법률가이기도 한 문 의원이 이런 기초적인 사항을 몰랐을 리 없다.
검찰이 정상회담 육성 녹음과 대조해보니 수정본보다 원본이 더 노·김의 대화를 가감 없이 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원본을 없애고 수정본만 남긴 데에는 무슨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문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회의록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고, (삭제 과정의) 구체적 내용은 모른다"면서 "왜 회의록이 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의원 말대로라면 실무자들이 비서실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멋대로 일을 처리했다는 게 된다. 아무리 대통령 퇴임 직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고 해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대통령기록물을 없애고 빼돌린 건 범죄행위이다. 문 의원이 이제 와서 "나는 모른다" "나에게 책임이 있다면…" 운운하는 건 회의록 논란이 시작된 이후 "내가 회의록을 최종 감수하고 정부 보존 기록으로 넘겨줬다" "회의록은 기록관에 있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을 모두 뒤집는 것이나 같다. 문 의원은 국민이 다 잊었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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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복원 6개월 만에 기둥 갈라지고 단청 벗겨진 숭례문
국보(國寶) 1호 숭례문의 나무 기둥과 추녀의 서까래 일부가 복원 6개월 만에 갈라지고 뒤틀렸다고 한다. 2층 누각의 네 기둥 가운데 하나는 위아래 길이 1m가 넘게 갈라졌다. 지난달엔 숭례문 수십 군데에서 단청이 갈라지고 떨어져나간 것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2008년 숭례문이 방화(放火)로 무너지자 "혼신을 다해 원형을 복구해 1000년 가는 자랑거리로 만들겠다"고 했다. 복원에는 5년 동안 예산 250억원이 들어갔다. 공사에 투입된 사람도 연인원 3만5000여명에 이른다. 문화재청은 대목장, 단청장, 대장장, 석장(石匠) 등 최고 기량의 인간문화재들이 공사에 참여했다고 했다.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며 한복 차림 일꾼들이 대패와 자귀로 나무를 다듬고 끌로 돌을 쪼는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성을 들였다는 숭례문이 1년도 안 돼 기둥이 갈라지고 단청이 떨어져 나갔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전통 목조 건축물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좋은 나무를 골라 쓰는 일은 작업의 출발이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재목(材木)을 사는 데는 2억3000만원밖에 안 쓰고 홍보성 사업이나 주변 정비 같은 데는 수십억원씩 썼다고 한다. 게다가 복원 공사의 도편수는 "나무가 제대로 건조되려면 7~10년 걸리는데 그렇게 기다릴 수 없었다"고 했다. 시간에 쫓겨 작업을 서두르다 보니 덜 마른 나무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고백이다. 숭례문 기둥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균열과 뒤틀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독일은 2차대전 때 폭격으로 부서진 쾰른성당의 기둥 하나를 복원하는 데 10년 걸렸다고 한다. 숭례문 복원 같은 사업을 전시 효과에 매달려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허둥지둥 해치우려 한 데서 문화재청의 무지(無知)가 드러난다. 문화재청은 관리를 소홀히 해 국보 1호를 잿더미로 만든 것으론 부족했던지 이번엔 엉터리 복원으로 국민 억장이 무너지게 했다. 당국은 숭례문 복원의 전 과정을 낱낱이 조사해 문화재 복원 실패 사례의 교과서로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 그래야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부실 공사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전통 기법을 이을 기술과 재료도 없으면서 전통에 집착하는 문화재 복원은 이제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 전통을 엉터리로 흉내 내는 것보다 전통을 재해석하고 응용하며 이 시대의 기술과 재료가 담긴 문화재를 남기는 방안도 강구해 봐야 한다.